해양은 지구 기후 시스템의 거대한 조절 장치이며, 그 온도 변화는 전 지구적인 기후 변동과 직결된다. 고대 해양의 온도 변화는 유공충 화석, 산소 동위원소 분석, 해저 퇴적물 등을 통해 정밀하게 복원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기후 주기의 흐름과 현재 기후위기의 이례성을 비교할 수 있다. 본문에서는 고대 해양 온도를 복원하는 과학적 방법과 주요 사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미래 기후 시나리오 예측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를 분석한다.

지구 기후의 열 저장고, 해양의 과거를 읽다
해양은 지구 표면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대기보다 1,000배 이상의 열을 저장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진다. 이러한 열 저장 능력은 기후 변동의 속도와 범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며, 해양의 온도 변화는 곧 지구 전체의 기후 변화를 뜻한다. 하지만 해양은 육지보다 그 흔적을 남기기 어렵기 때문에, 과거의 해수 온도를 복원하는 일은 쉽지 않은 과제다. 이를 위해 고기후학자들은 지질학적 데이터를 활용하여, 바닷속에 남은 기후의 단서들을 조심스럽게 해독해 왔다. 특히 퇴적물 속에 포함된 미세 화석, 산소 동위원소의 비율, 화학적 퇴적물은 고대 해양 온도를 복원하는 주요 도구이다. 이들은 대체로 심해에 잘 보존되어 있으며, 수십만 년에서 수천만 년 전의 해양 환경을 시간 순으로 재구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연구는 단순히 과거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기후 시스템의 변화를 비교·분석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고대 해양의 온도 변화가 현재와 얼마나 유사하거나 다른지를 파악하는 일은,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방향성을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유공충에서 읽는 바다의 온도
고대 해양 온도를 복원하는 데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 중 하나는 심해 유공충(foraminifera) 화석의 산소 동위원소 분석이다. 유공충은 석회질 껍질을 가지며, 죽은 후 해저에 퇴적된다. 이들의 껍질에 포함된 산소 원자는 해수의 온도에 따라 동위원소 비율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산소-18(O-18)의 비율이 높을수록 해수온이 낮았던 시기로 간주되며, 이 수치를 통해 당시의 수온을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플라이스토세 말기 빙하기 동안 유공충의 O-18 비율이 높게 나타났고, 간빙기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을 보인다. 이러한 데이터를 축적하면, 수십만 년에 걸친 해양 온도의 장기적인 흐름을 복원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유공충 종의 다양성과 분포 역시 해양 온도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생물학적 지표로서도 유용하다. 열대성 유공충이 고위도 지역에서 발견되면 당시의 해수온이 현재보다 높았다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또한 심해 코어(core) 시추를 통해 얻은 해저 퇴적물의 화학 성분 분석도 병행된다. 바륨, 마그네슘, 스트론튬 등의 농도는 해수온에 따라 농도 변화가 발생하므로, 이를 통해 과거의 온도를 복원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AI 기반 분석 기법과 고해상도 스캔 기술이 접목되어, 훨씬 정밀한 온도 복원 모델이 구축되고 있다.
해양 온도의 기록이 말해주는 경고
고대 해양 온도에 대한 연구는 단지 과거를 회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 중 하나다. 해양은 기후 시스템의 완충 장치 역할을 하며, 일정 수준의 온도 상승을 흡수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현재의 해수 온도 상승 속도는 지난 1만 년간의 평균을 훨씬 상회하며, 고대 온난기와 비교해도 매우 급격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기후 변화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특히 고대 온난 기였던 에오세 초기(Early Eocene) 시기에는 해수온이 지금보다 평균 10도 이상 높았고, 극지방까지 온난화가 진행되었으며, 그 결과로 해양 산성화와 생태계 혼란이 광범위하게 발생했다. 이러한 사례는 오늘날의 해양 변화가 단순한 '따뜻해짐'이 아닌, 해양 생태계와 탄소 흡수능력, 심층 순환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결국 고대 해양의 온도 기록은 과거의 단서를 넘어, 기후위기에 대한 예측력 있는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다. 우리는 이 기록을 통해 기후 시스템의 한계점을 인식하고, 그에 맞춘 정책과 적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바다는 말이 없지만, 그 속에는 수백만 년 동안 지구가 경험한 기후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지금, 우리는 그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