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 사용이 일상화된 오늘날, 한국에서도 전자폐기물의 양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증가 속도에 비해 전자폐기물의 처리 체계는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습니다. 본 글에서는 한국에서 전자폐기물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관련 제도와 통계를 통해 현실을 살펴보고, 현재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을 분석합니다. 이를 통해 앞으로의 개선 방향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한국의 전자폐기물 제도, 어디까지 왔나?
한국은 2003년부터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을 통해 전자폐기물 관리 제도를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전자제품 제조업체에게 회수와 재활용 책임을 부여하는 EPR(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가 중심이며, 국가 주도 하에 지정된 수거 시스템과 재활용업체들이 협력하는 구조입니다.
이외에도 환경부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유통업체에 대형가전 무상수거를 의무화했고, 지자체와 연계해 가정용 전자폐기물 수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폐가전 무상방문수거 서비스’가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가정에서 간편하게 전자제품을 폐기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제도들이 여전히 ‘대형가전 중심’이라는 데 있습니다. 소형가전, 모바일기기, 배터리 등은 민간 수거업체나 불법 유통 경로로 빠지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자원 회수율이 낮은 실정입니다.
또한, 현재는 수거보다 재활용에 대한 책임이 강화되어 있지만,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을 고려하는 ‘에코디자인’에 대한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흡합니다.
통계로 본 한국의 전자폐기물 현황
2023년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연간 약 90만 톤 이상의 전자폐기물을 배출하고 있으며, 이는 1인당 약 17kg 수준으로, OECD 평균을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하지만 이 중 실제로 재활용되는 양은 절반 이하이며, 소형가전이나 모바일기기의 회수율은 30%를 넘기지 못합니다. 이는 불법 수거, 사설 거래, 방치 등 비공식 유통경로로 인해 자원순환 시스템 밖으로 이탈하는 폐기물이 많기 때문입니다.
재활용 처리 업체의 수도 줄어들고 있으며, 중소형 재활용 업체들의 폐업으로 안정적인 인프라 확보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태블릿PC, 전자담배기기 등 신형 전자제품의 재활용 시스템은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구조적 문제점과 개선 과제
1. 불균형한 수거 인프라입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는 비교적 체계가 잘 작동하지만, 지방에서는 여전히 참여가 어렵습니다.
2. 소형가전에 대한 정책 공백입니다. 스마트폰, 이어폰, 충전기 등의 회수율이 낮고, 제도가 미비해 소비자의 참여가 어렵습니다.
3. 시민 인식 부족입니다. 전자제품을 ‘그냥 쓰레기’로 취급하거나 중고 거래만 고려하는 경우가 많으며, 홍보와 교육이 부족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제조사의 책임 강화 필요성입니다. 재활용 외에도 제품 설계부터 재활용성을 고려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한국형 전자폐기물 시스템,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보다 통합적이고 실효성 있는 전자폐기물 관리 체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수거-재활용-재사용의 각 단계를 촘촘히 연결하고, 정부, 기업, 시민이 협력해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